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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자원의 저주 : 민주콩고 편

정치경제/민주콩고

by DAVID Y 2025. 2. 27.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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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지난 시간에 이어 오늘은 '자원의 저주' 민주콩고 편에 대해 알아 보겠습니다. 

 

민주콩고는 아프리카에서 알제리 다음으로 2번째, 세계에서 11번째로 큰 국가입니다. 아프리카 대륙 정중앙에 위치해 있으며 아래로로 앙골라와 잠비아, 동쪽으로는 탄자니아 우간다 그리고 북쪽으로는 콩고공화국,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남수단과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륙으로 알려진 아프리카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자원' 을 가진 곳입니다. 특히나 대륙 정중앙에 위치한 민주콩고의 자원 매장량은 아직 추정조차 불가할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왜 민주콩고는 계속 가난할까요 : 정치적 불안정 그리고 심각한 부정부패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아주 길고 다양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먼저 간단히 소개하면, 이 질문의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민주콩고는 국가만 놓고 보면 전혀 가난하지 않고, 되려 아프리카 중에서도 제법 큰 부자 국가에 속합니다. 지난 포스팅 [민주콩고, M23의 도발, 또 한 번의 내전] 편을 보면 민주콩고는 주요광물 생산으로만 매년 약 1.6천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주요 광물을 둘러쌓고 정부군과 반군과의 대치가 계속되고 있고, 정부 내에서도 부정부패가 극심한 탓에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제대로 된 수익 배분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 마디로 댐에 물은 계속 차는데, 아래로 방류하지 않아 나라 전체에 흉년이 드는 상황입니다. 
[전쟁] 민주콩고, M23의 도발. 또 한 번의 내전 ?

(참고로 민주콩고의 '부패인식지수 (CPI, Corruption perceptions Index)'는 100점 만점에 20점 수준입니다)

 

그런데 아프리카의 정부 고위급 인사들은 대부분 부자입니다. 그냥 부자가 아니라 재산 추정이 불가할 정도로 엄청난 재력가입니다. 그들은 본인조차 자신이 재산이 얼마인지 알기 어려울 겁니다. 이들은 엄청난 부자임에도 누구도 그들의 부를 조사하지 못 합니다. 일단 '세계 부자 순위' 에도 정치인의 이름은 없습니다.

 

참고로 아프리카 기업인 중, 유일하게 세계 100대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사람은 나이지리아의 "알리코 단코테(Aliko Dangote)" 입니다. 그의 순자산은 (축소 신고한 게 분명한) 1.5천억 달러입니다. 아프리카의 최대 부호 명단은 대부분 나이리지라 혹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입니다. 이들은 석유, 가스, 금융, 통신, 광물, 시멘트  等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통해 거대한 부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가진 부는 아프리카 위정자들이 가진 '부의 추정' 에 비하면 '세 발의 피' 정도 밖에 안 될 겁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볼까요. 민주콩고 제 2의 경제도시 카탕가 洲(Katanga Province)에는 "루아노(LUANO)" 라고 하는 국제공항이 하나 있습니다. 사실 말이 국제공항이지 실제 가보면 동네 버스터미널 만도 못한 수준입니다.

LUANO 공항의 정문(왼쪽) 그리고 입국장 모습(오른쪽). 사진 촬영을 금지하고 있어 제대로 찍힌 사진이 많지 않다

 

그런데 이 공항에 들어가려면 통행세를 내야 합니다. 공항 진입로에 군인 초소가 있는데 그 곳에서 통행하는 모든 차량에 약 15불에 해당하는 통행세를 요구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공항 입국수속을 밟으려면 일종의 출국세 "Go Pass" 도 내야 합니다. GoPass는 2종류로 총 55불 (50불+5불)입니다. 그러니까 출국 한 번에 최소 70불을 내는 겁니다. 그런데 민주콩고는 '홀몸' 으로 출국수속을 밟기가 굉장히 피곤한 나라입니다. 따라서 공항 옆에 붙어있는 '라운지' 를 활용하는데 라운지 입장, 출국수속 비용이 또 별도로 발생합니다. 제 경험으로는 세금 포함하여 총합 200불은 냈던 것 같습니다.

 

보통 이런 류의 세금은 주정부 수익으로 집계됩니다. 보통 정부의 주요수입원은 국민들이 내는 각종 세금이지만, 민주콩고는 납세 수입이 변변치 못합니다. 그래서 공무원들은 급여를 제때 지급받지 못합니다. 그래서 경찰이나 기타 행정 공무원들은 다른 곳에서 주머니를 채워야 합니다. 경찰이나 행정 공무원들이 뒷돈을 받기 위해서는 '말도 안 되는 교통법규' 를 만들고 제반 행정시스템을 복잡하게 꼬아 버리면 됩니다. 그러면 경찰은 길에서 돈을 벌고 행정 공무원은 각종 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습니다. 하지만 이런 푼돈은 카탕가 주지사가 버는 돈에 비하면 눈에 띄지도 않을 액수입니다.

 

앞서 말한 공항세, 출국세는 사실 카탕가 주지사의 수입입니다. 제가 주재하던 시절에는 '모이즈 카툼비(Moise Katumbe)' 라는 인물이 주지사였습니다. 당시 유력 대선 후보로도 이름을 알렸죠. 루아노 공항을 이용하는 승객 대부분은 외국인 광산 근로자입니다. 공항 출입국 인원을 확인할 수 있는 통계자료는 없습니다. 하지만 광산이 원체 많으니 대략 1만명만 잡아도 매일 2백만불의 세수가 걷히는 셈입니다. 연간으로 보면 7억불에 달하는 금액이죠. 물론 이는 굉장히 적게 잡은 수치입니다. 또한 공항세는 주지사의 수많은 사업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정부의 주요수입원은 뭐니뭐니해도 광산입니다. 심지어 르완다 국경 KIVU 지역에 주둔하는 반군과 여러 무장단체의 주요 수입원 역시 광산이죠. 민주콩고에는 '제카마인(Gecamines)' 이라는 '광물자원공사' 가 있습니다. 민주콩고에서 광산 개발을 원하는 외국기업은 제카마인에 광산 지분 최소 5% 이상을 무상으로 제공해야 합니다. 지분을 받고 제카마인이 하는 일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냥 법이 그렇습니다. 이 5% 지분으로 가만히 앉아서 광산개발 수익을 얻습니다. 이 또한 주지사의 주머니로 들어갑니다. 광산기업은 지분만 넘기는 것이 아닙니다. 광산 내 제련소는 안정적인 전기공급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민주콩고는 전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광산기업은 전력공사에 뒷돈을 지급합니다. 그리고 전력공사는 이곳 제련소에 전력을 우선 공급합니다. 보통 국민들은 광산에서 사용하고 남은 전력만 받아 쓰는데, 워낙 발전량이 부족하다 보니 대부분 사람들은 전기 없이 생활합니다.

물론 주지사 혼자서 이 천문학적인 돈을 독식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통령이 가만히 두고 볼 리 없겠죠. 그러니 카탕가에서 발생한 모든 수익의 일정량을 정부에 상납합니다. 이들이 벌어들인 돈은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안전금고에 보관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세력유지를 위해 필요한 사병 관리, 무기 구입에 사용합니다. 힘 좀 있다 하는 정치인은 모두 자신만의 사병을 두고 있습니다. 언제 누가 자신을 공격할 지 모르니 항시 비상대비체제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들이 자신의 부를 차곡차곡 축적하는 동안 일반 시민들은 굶거나 병 들어 죽습니다. 정권에 불만을 갖고 개혁을 추진하려 해도 대부분의 시민들은 선거권이 없습니다. 정식 주민등록을 한 사람조차 선거권이 없습니다. 선거권은 시민권과 다릅니다. 별도의 절차가 있는데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보통 시민이라고 해서 모두 투표권을 갖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정치가 투명하게 돌아갈 리 없습니다. 

 

민주콩고의 위정자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외국인입니다. 대통령과 주지사가 가장 많은 수입을 기대하는 곳은 바로 광산 개발자들입니다. 개발업자들이 광산개발로 벌어들일 수익에 비하면 정부에 주는 뒷돈은 그저 푼돈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러니 광산 로비가 끊이지 않습니다. 정부 사람들은 개발업자들이 개발 수익을 나눠준다고 하니 여기저기 그들이 원하는 대로 개발권을 남발합니다. 그러면 개발업자들은 개발 대상 토지를 시찰할 뒤 돌아와 이렇게 말합니다 '원주민들이 살고 있던데 싹 정리 좀 해주시지요' 어차피 주소도 없이 사는 사람들, 정부는 '합법적인 방법' 으로 이들 원주민을 하루 아침에 몰아냅니다. 하지만 당장 갈 곳도 없고 먹을 것도 없는 사람들이 시위라도 벌이면 안 되니까 정부는 광산 취업을 빌미로 촌장이나 부족장을 설득합니다. 말이 설득이지 달리 부족장은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게 평범하던 민주콩고 농부들은 대부분 '광산 노동자' 가 됩니다 (광산 노동자의 삶에 대해서는 추후 '인권, 환경' 주제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부의 집중 : 소수 엘리트와 외국기업

민주콩고는 '나우루왕국' 의 전처를 밟고 있는 듯 하지만 몇 가지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선, 자원 의존도가 높은 건 나우루와 동일합니다. 또, 자원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사업다각화에 힘쓰지 않는 점도 같습니다. 반면, 나우루가 인광석으로 벌어들인 자본을 국민 복지에 사용한 반면, 민주콩고는 광산 수익 대부분을 소수 정치 엘리트가 독식한다는 점입니다. 다행인 점은 나우루와 다르게 민주콩고의 자원은 여전히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나우루처럼 자원고갈에 따른 파산 위기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유래 없이 심각한 정경유착과 일반 시민들의 생활여건에 대한 무관심, 행정관리 능력 부족 등 문제는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사회] 자원의 저주 : 나우루왕국 편

 

게으른 지주와 약삭바른 농부

민주콩고가 나우루와 닯은 점은 또 있습니다. 바로 자신들이 직접 농사를 짓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건 '게으르다' 라고 밖에는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나우루는 인광석 개발에 외국기업, 소위 '광산쟁이' 를 끌어들였습니다. 초반에는 가공 기술이 없어서 그랬구나, 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제법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도 나우루는 직접 개발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경제주체라면, 광석 채굴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현지에 제련소를 설립하여 완제품 생산까지 발전시켰을 겁니다. 민주콩고 역시 광산에서 제련/정련까지 담당하는 주체는 모두 외국기업입니다. 물론, 제카마인에서 운영하는 제련소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시설이 낙후되고 제대로 된 관리,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가동률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반면, 게으른 정부를 대신해 약삭바른 농부, 외국기업은 정부에 막대한 뒷돈을 쥐어 주며 '개발은 자신들이 맡아서 할테니 당신은 가만히 앉아 떡이나 받아 먹어라' 하는 식으로 주요 개발사업에서 정부 개입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간 엄청난 국부가 유출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실제 연간 GDP로 보면 1.6천억불에 달하는 금액이 공식 수출 통계로 보면 2021년 기준 273억불 밖에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 금액은 어떻게 된 걸가요? 물론 수출통계시스템의 오류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비공식 루트를 통한 수출' 즉, 밀수도 많다는 걸 의미합니다.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부패와 정경유착
    - 콩고의 천연자원 수익은 소수 엘리트 계층과 외국 기업들에 집중되며, 일반 국민들에게는 거의 돌아가지 않는 점
    - 정부와 군대, 무장 세력 간의 자원 수익 배분을 둘러싼 갈등 지속
  • 무력 분쟁과 정치 불안
    - 자원을 둘러싼 분쟁이 오랫동안 지속되며, 무장 단체들이 불법적으로 광산을 장악하여 전쟁자금으로 활용
  • 네덜란드 병(Dutch Disease)
    - 자원 수출이 경제의 중심이 되면서 제조업과 농업이 쇠퇴하고, 경제의 다각화가 이루어지지 않음
    - 자원 가격 변동에 따라 경제가 크게 흔들림 (취약한 경제 구조)
  • 외국 기업과의 불공정 거래
    - 글로벌 기업들이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채굴하며, 자원의 가공·정제는 외국에서 이루어짐.
    - 현지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저임금 노동을 강요당하는 경우가 많음

(안타깝지만 현실성 없는) 해결 방안

  • 투명한 자원 관리 체계 구축 (자원 수익을 공정하게 배분하고, 부정부패 차단)
  • 경제 다각화 (자원 의존도를 줄이고 제조업·농업 등의 발전 도모)
  • 국제 사회의 개입과 협력 (공정한 광물 거래 시스템 도입 및 강제노동·아동노동 근절)
  • 안정적인 정치체제 확립 (정부의 통제력 강화 및 법치주의 확립)

 

P.S.

민주콩고는 '지속가능한 개발' 측면에서 일 년 내내 정리해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문제가 많은 지역입니다. 자체적으로 해결 불가능한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가 발 벗고 나설 수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부정부패, 정경유착의 고리 뒷편에는 늘 강대국이 있습니다. 강대국이 국제사회에 미치는 입김을 고려했을 때 민주콩고처럼 '돈 되는 호구' 가 정신 차리고 성실히 일하는 근로자로 면모시킬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개발 경쟁 속도를 늦추고 이미 넘치는 부의 공정한 분배를 추구하는 입장으로서, '거의 실현 불가능' 한 해법만 있는 민주콩고의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더 읽어볼 거리]

[사회] 자원의 저주 : 네덜란드 편 (Feat. 반면교사)
[사회] 자원의 저주 : 나우루왕국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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